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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독후감 2022. 2. 6. 01:32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장강명 - 문학동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읽고. 들어가기 앞서 이번 독후감은 줄거리에 대한 내용과 결말 까지 다루고 있음을 밝힌다. 누가 뭐래도 2019년, 2020년을 통틀어 내가 꼽은 최고의 책이다. 이 책을 읽은 것은 2019년이었지만 2020년에는 이 책을 이길만한 책이 나타나질 않았다. 참고로 2021년 최고의 책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 제목부터 내용까지, 지금까지 닥치는대로 아무 책이나 읽어내던 내가 ‘아 내 독서 취향은 이런 것이었구나’를 25년만에 처음으로 깨닿게 해준 책이다. 또한 한번 읽은 책은 두번 읽지 않는 내가 처음으로 다시 읽은 책이기도 하다. 호흡이 빠르고 재밌는데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읽기 시작했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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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모상시 2022. 2. 3. 23:07
- 직접 찍은 사진 (할머니랑 같이 갔던 곳) 조모상 - 밤하늘 - 온화하신 우리 할머니 난생 처음 부린 고집이 한평생 그리워하시던 자식들 도착할때까지 그 여린팔로 실낱같은 목숨 붙들고 계신 것이라니 우리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세상은 할머니의 죽음을 기다렸단 듯이 전화 몇통 서류 몇장 쓰고나니 눈물 마르기도 전에 난 검은색 양복 차림이었다 엄마는 계속 우느라 정신 없었다 외삼촌들은 슬퍼하랴 손님 맞으랴 장례식 측과 보험사 측이랑 얘기하랴 정신 없었다 나만 제정신이었다 나는 그저 앉아있다가 처음보는 사람들이 할머니 죽음을 애도하면 어정쩡하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그저 앉아있었다 정신 없는 사람들 지쳐 잠든 밤에도 나는 그저 앉아있었다 그렇게 많지도, 그렇다고 하나도 없지도 않은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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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시 2022. 1. 30. 23:28
- 직접 찍은 사진 밤하늘 - 밤하늘 - 사람들은 자각하고 있으려나 해가 떠있는 파란 낮의 하늘보다 달이 있는 까만 밤의 하늘을 더 많이 올려다 본다는 것을 파란 하늘을 볼 시간은 생각보다 없다 대중교통엔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바쁜 하루 지내다보면 어느새 해가 졌다 밤하늘과 함께 돌아갈 시간이다 밤하늘을 보는 것은 목적성을 가진다 너무 빠르게 지나간 시간을 확인 하거나 도저히 도시에선 보이지 않는 별을 찾으려 하거나 겹겹이 쌓인 한숨 흩으려 놓으려 하거나 눈 찡그리지 않아도 되는 어두운 밤하늘 모두가 그 뒤로 숨고싶어하는 밤하늘 어쩌다 발견한 보름달과 별이 위안을 주는 밤하늘 다짐컨데 언젠간 그런 밤하늘 같은 시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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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으로 글을 쓰는 사람짧은 글 2022. 1. 21. 02:29
작자 미상으로 글을 쓰는 사람 피아니스트는 자신이 처음 피아노를 쳤을 때를 기억할까? 나는 기억한다. 나는 비록 피아니스트도 자타가 인정하는 시인도 아니지만 내가 처음 글을 썻을 때를 기억한다. 초등학교 6학년, 나는 5년을 다녔었던 시골의 초등학교에서 번화가의 초등학교로 전학갔다. 그때 국어시간에 시를 써보는 시간이 있었나보다. 그때 처음으로 ‘로빈슨 크루소’ 라는 제목의 시를 썻다. 아마 마지막 학년에 전학 가서 혼자 반에서 고립된 느낌을 풀어서 쓰고 싶었나보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진 않지만 그 시가 내 첫 시다. 뿐만아니라 나는 책과 글에 관한 꽤 많은 것들을 기억한다.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읽은 책은 금 도끼 은 도끼, 어렸을때 제일 좋아했던 책은 그당시엔 읽지도 못했던 영어 이름을 가진 캠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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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시 2022. 1. 17. 23:48
-사랑하는 사람이 찍은 사진 겨울 연가 - 밤하늘 - 겨울에는 더 심해진다 텅빈 주머니 속에 쑤셔넣은 내 손의 움직임이 허우적댐이 민망함이 울분에 찬 주먹의 떨림이 그리곤 이내 스르르 풀려버림이 오늘은 니 손 꼭 잡고 동네 한바퀴 돌아오다 첫 눈으로 함박눈이 나려 뽀드득 소리내며 걸은 날 눈은 좋은데 발이 너무 시렵다며 꼼지락대는 너의 발을 나는 그저 이를 악문채 주물러 줄 수 있을 뿐 언젠가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내려놓은 털신 대신 샀던 두껍다는 양말 두 켤레가 아직 내 낡은 잠바 주머니에 있는데 꿋꿋한 니 웃음 소리가 미안해서 어떤 말을 하며 전해줘야 할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겨울이 빨리 가고 봄이 빨리 왔으면 불현듯 다시 찾아오는 꽃샘추위니, 머리위로 떨어지는 차가운 얼음 녹은 물이니 하는 남은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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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속에 빗소리를 넣어주세요시 2022. 1. 16. 17:49
- 요시고 (요시고 사진전) 음악속에 빗소리를 넣어주세요 - 밤하늘 -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는 것은 십중팔구 빗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그러나 그렇게 기다렸던 비 세차게 오는 날에도 안밖으로 소음으로 가득찬 나는 빗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도로에 시끄러운 차 소리, 잠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는 주변 사람 소리 끊임 없이 굴러가는 생각 소리, 납처럼 무거운 마음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 내 귀를 틀어막을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진 작은 이어폰 뿐 그러니까 괜찮으시다면 음악속에 빗소리를 넣어주세요 무심코 재생된 다음 노래에서 들려오는 빗소리 덕에 바쁘게 가던 길 잠깐 멈추고 눈 감을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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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독후감 2022. 1. 5. 00:11
서점 일기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 숀 비텔 - 여름 언덕 서점 일기를 읽고. 두께에 비해 꽤나 오래 잡고 있었던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작가의 문체가 무척이나 잘 읽히고 위트있는 편인 것에 비해 빠르게 읽히지 않았던건 아마 에세이라는 특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작가가 거의 매일 쓴 일기를 엮은 것인데, 그 내용의 길이가 짧으면 한줄이고 길어야 두페이지 정도였다. 이야기의 호흡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아마 출퇴근하면서 짬짬히 책을 보는 사람이 읽기 편한 책인듯 하다. 꽤나 재밌었다. 나는 그냥 태어났기 때문에 사는 부류의 인간이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꿈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서점을 차리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독서와 책, 그리고 서점은 내가 애정하는 몇 안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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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에 잠깐 앉은 갈매기시 2021. 12. 31. 19:57
- 직접 찍은 사진 성수대교에 잠깐 앉은 갈매기 - 밤하늘 - 돌아 갈 길은 명확한데 이쪽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날갯짓을 멈출 수 없었다 먹을 것 찾아, 쉴 곳 찾아 낭만 찾아, 꿈 찾아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곳의 이질감 다른 공기와 다른 시선에서 느껴지는 눈속의 이물감, 눈물속의 이물감 여기는 어디고 나는 어디까지 왔나 잠깐만 쉬자 하고 발 닿는 곳에 걸터 앉았다 빵- 누군가 알던것과는 다른 뱃고동을 울렸다 그래 다시 가야지 하고 팔에 붙은 먼지를 털었다